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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민족의 전통의상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카카후' 망토와 타투

살아 있는 전통 – 카카후 망토와 타투의 첫인상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카카후' 망토와 타투는 눈에 띄는 시각적 아름다움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식이자 정체성의 상징이다. 이 두 가지는 단순히 몸을 치장하는 수단이 아니라, 마오리족의 조상 숭배와 사회적 위계, 영적 세계와의 연결까지 담아낸 복합적 표현 방식이다. 카카후는 마오리어로 전통 망토를 뜻하며, 대개 깃털, 아마 섬유, 개털, 새털 등 다양한 자연 재료를 사용해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한 벌의 카카후를 완성하는 데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정도로 정성이 들어가며, 망토의 디자인과 재료는 착용자의 신분, 역할, 가문의 유산을 표현한다. 대표적인 유형으로는 ‘코로와이’(깃털망토), ‘타라파우’(털 장식이 달린 망토), ‘카후쿠라’(붉은 깃털 망토) 등이 있으며, 전통적으로는 추장이나 전사, 족장의 결혼식 혹은 장례식 같은 의례에서 착용되었다. 이와 함께 마오리족의 타투 문화인 ‘타 모코(Tā moko)’는 몸에 새기는 이야기이자, 영혼의 이력을 기록한 문서와 같다. 타 모코는 얼굴, 팔, 다리, 엉덩이 등 전신에 걸쳐 새겨지며, 문양 하나하나에는 혈통, 용맹, 성취, 결혼, 추방 등 개인의 삶이 상징적으로 담긴다. 특히 얼굴 타투는 높은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남성은 이마와 뺨, 코 주변까지 문양을 새기며, 여성은 턱 아래와 입 주변에 간결한 선형 패턴을 새긴다. 이러한 타투와 망토는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하나의 문화 언어이다. 즉, 몸 위에 새긴 문양과 그 위를 감싼 망토가 합쳐져야 비로소 한 사람의 정체성이 완성된다는 철학이 마오리 복식의 핵심이다. 실제로 마오리 부족에서는 중요한 부족 행사를 할 때, 가족의 카카후를 물려받아 타 모코와 함께 착용하며, 이를 통해 조상의 목소리를 오늘의 자신에게 입힌다. 전통 복식과 타투는 그 자체가 ‘몸의 역사서’이며, 이는 단순히 외적 장식이 아닌 내면의 영성을 드러내는 도구였다. 19세기 유럽 식민 세력의 영향으로 이 같은 전통은 급속도로 금지되거나 축소되었지만, 오늘날에는 마오리 청년층을 중심으로 다시 부활하고 있다. 그들은 타 모코를 통해 자신의 뿌리를 되찾고, 카카후를 입고 세계무대에 서며 문화의 정당한 소유자임을 증명해 낸다. 따라서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카카후' 망토와 타투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도 살아 숨 쉬는 문화의 얼굴이며, 단절을 넘어 세대를 잇는 연결의 끈으로 기능하고 있다.

 

 

실과 잉크로 잇는 족보 – 마오리 복식에 담긴 혈통의 기록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카카후' 망토와 타투는 단순한 복식과 신체 장식을 넘어, 피로 이어진 가문과 부족의 족보를 상징적으로 기록하는 장치였다. 마오리 사회는 철저한 혈연 중심 사회로, 한 개인이 누구의 자손인지, 어떤 부족 출신인지, 어느 전투에 참가했는지 등을 기억하고 계승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이 정보를 외우고 말로 전하는 동시에, 몸에 새기고 옷에 엮어 후세에 남기는 방법이 바로 카카후와 타 모코였다. 타 모코 문양은 각 부족마다 고유한 패턴을 가지며, 곡선과 나선, 톱니 모양의 상징들은 단순한 예술이 아니라 언어와도 같았다. 얼굴의 특정 부위에 새겨지는 모양은 그 사람의 족속, 영지, 부계·모계 혈통, 군사적 공로를 표시했고, 이는 부족 간의 외교나 결혼 때 신분을 판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한편 카카후는 이런 개인의 혈통이나 위계를 외부에 표시하는 '천 위의 문장'과도 같았다. 예를 들어 한 전사의 망토에는 선대 추장의 깃털이 엮여 있었고, 이 망토는 단순히 방한용이 아니라 추장의 권위를 상징하는 보물로 전해졌다. 특히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 부족의 중대한 통과의례에서는 반드시 특정 가문에서 대대로 전해지는 카카후를 착용했고, 이는 가족과 조상의 정신을 등에 지고 의식을 수행하는 의무이자 영광으로 여겨졌다. 이처럼 마오리 복식은 단절된 시간이 아닌, 이어지는 시간의 증표였다. 카카후 제작 역시 단순히 실을 엮는 기술이 아니라, 그 망토의 사용 목적과 착용자의 가문, 행사에 대한 축복을 함께 엮어야만 완성된다고 여겨졌다. 그렇기에 어떤 망토는 수 세대를 지나며 염색이 바래고 깃털이 빠져도, 그것이 오히려 더 신성한 가치를 가지게 되었다. 타투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릴 적에는 작고 간단한 문양으로 시작해, 성인이 되면서 점점 문양이 넓어지고 복잡해졌으며, 이는 일종의 살아 있는 전사 연대기였다. 과거 마오리 사회에서는 타투를 하지 않은 남성은 성인으로 인정받기 어려웠고, 카카후 없이 부족 회의에 참여하는 것도 결례로 간주되었다. 이러한 전통은 단절된 시대를 지나 오늘날에 이르러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특히 유럽과의 접촉 이후 타 모코와 카카후가 외부인에게 박물관의 전시물처럼 소비되던 시기를 지나, 이제 마오리 예술가들은 이들 전통을 복원하고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며, 다시금 자존과 정체성을 회복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카카후' 망토와 타투는 이처럼 하나의 언어로서 기능하며, 공동체의 역사와 존엄을 세상에 드러내는 힘을 지닌 복합문화체계인 것이다.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카카후' 망토와 타투

신성한 몸과 성스러운 옷 – 카카후와 타투의 영적 의미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카카후' 망토와 타투는 외형적 아름다움에 그치지 않고, 마오리 신앙과 우주관에 깊이 뿌리내린 성스러운 상징체계의 일부로 기능한다. 마오리인들에게 인간의 몸은 단순한 육체가 아니라 조상의 영혼과 정령(와이라우아)을 담고 있는 성소였다. 이 성소 위에 새겨지는 타 모코는 단지 신체에 새기는 장식이 아니라, 조상의 목소리와 부족의 기억, 신과의 연결을 그리는 일종의 종교적 의식이었다. 타 모코의 도구는 뼈로 만든 조각칼로, 피부를 절개한 후 천연염료를 주입해 문양을 새긴다. 이 과정은 고통을 수반하지만, 그 고통조차 신과 자연, 공동체에 대한 헌신을 입증하는 신성한 의례로 여겨졌다. 문양마다 우주를 구성하는 신화적 상징들이 녹아 있어, 타투는 인간을 통해 신화가 현실화되는 통로였다. 예를 들어, 반복되는 나선무늬는 태초의 창조신 ‘타네’와 관련이 있고, 곡선은 하늘과 땅의 연결, 직선은 인간의 삶과 죽음을 상징한다. 이러한 문양이 얼굴이나 팔, 가슴, 다리 등 신체의 주요 부위에 배치됨으로써, 몸 자체가 신화를 품은 경전으로 승화되었다. 한편, 카카후 망토 역시 이 신성함을 덧입는 도구였다. 망토 제작에 사용되는 섬유는 단순한 자연물 이상의 존재로 여겨졌으며, 이를 채취하는 순간부터 일정한 의식이 수반되었다. 특히 아마 섬유를 다듬고, 깃털을 엮는 과정에서는 여성 장인들이 정결한 상태를 유지해야 했고, 망토에 이름을 붙이기도 하였다. 이는 그 망토가 하나의 살아 있는 존재이자, 착용자의 정체성을 함께 호흡하는 존재임을 의미했다. 특히 의례용 카카후는 신과 조상을 향한 경배의 마음이 담긴 ‘영혼의 껍질’로 간주되었고, 망토를 입는 순간 인간은 더 이상 평범한 개인이 아니라 조상의 위엄과 부족의 명예를 대신하는 존재로 변모했다. 타투와 망토가 함께 사용되는 순간, 마오리인은 단순한 인간이 아닌 신과 조상의 대행자 역할을 수행하게 되며, 이 복식의 의미는 물리적 차원을 넘어 영적 통로로 확장된다. 이런 신성성 때문에 타 모코는 함부로 흉내 내는 것이 금기시되며, 카카후 역시 대여나 복제품 사용이 매우 엄격하게 관리된다. 현대에 들어서도 마오리 예술가들은 전통 타 모코 방식과 상징을 철저히 계승하며, 복식 제작자들 역시 망토를 단순한 민속 기념품이 아닌, 문화의 성전으로 여긴다.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카카후' 망토와 타투는 이처럼 인간과 자연, 신화, 조상의 세계를 연결하는 복합적 의미망 속에서 존재하며, 그 자체로 마오리 우주관의 실천적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식민화의 그림자와 복식의 위기 – 카카후와 타투의 억압과 회생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카카후' 망토와 타투는 오랜 시간 동안 마오리인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존재였지만, 19세기 유럽의 식민 지배가 본격화되면서 그 의미와 사용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되었다. 영국 식민 정부는 기독교적 윤리와 서구 복식 관념을 앞세워 타 모코를 ‘야만적 행위’로 낙인찍었고, 신체에 새기는 타투는 범죄자나 해적의 상징으로 폄하되었다. 이에 따라 마오리인의 전통 복식과 타투는 점차 금기시되었고, 어린 세대는 이를 계승하기보다 숨기거나 부끄러워하게 되었다. 카카후 역시 그러한 시대의 희생양이었다. 전통 의례나 부족 행사 대신 영국식 제복과 예복이 도입되며, 카카후는 점차 공식 행사에서 밀려났고 박물관 수장고나 외국 컬렉터들의 전리품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실제로 수많은 고대 카카후 망토가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의 박물관에 흩어져 전시되었으며, 이는 단순한 예술품의 이동이 아니라 마오리인의 문화 주권 상실을 의미하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타 모코는 한때 아예 금지되었고, 이를 행하는 전통 장인은 생계를 잃거나 형사처벌을 받는 등 강력한 억압에 시달렸다. 이러한 변화는 마오리인의 정체성에도 큰 균열을 일으켰고, 그들의 의례, 언어, 공동체 문화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며, 이러한 억압에 대한 반성과 문화 되찾기 운동이 활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마오리 예술가, 학자, 공동체 지도자들은 카카후 복식의 복원 작업과 타 모코의 재전승 프로젝트를 본격화했고, 오늘날에는 뉴질랜드 국립박물관과 다양한 지역 문화센터에서 해당 전통을 가르치고 재현하고 있다. 실제로 21세기 들어 마오리 정치인, 스포츠 선수, 배우들이 공식 석상에서 카카후를 착용하고 타투를 공개하며 마오리 전통을 자랑스럽게 드러내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과거의 수치심을 자긍심으로 바꾼 문화적 전환의 신호이며, 마오리 복식이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오늘의 상징임을 입증한다. 또한 교육기관과 박물관, 미디어에서도 카카후와 타 모코의 역사적, 문화적 맥락을 이해시키는 프로그램이 확대되고 있어, 더 많은 뉴질랜드인이 마오리 복식을 단지 '토착 문화'로가 아니라 국가의 근간이 되는 정체성으로 인식하고 있다.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카카후' 망토와 타투는 이처럼 억압과 단절의 시기를 지나, 이제는 회복과 자존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으며, 그 여정은 뉴질랜드 사회 전체의 문화적 성숙을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복식에 새겨진 자긍심 – 카카후와 타투의 오늘과 내일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카카후' 망토와 타투는 단절의 위기를 넘어서 다시금 마오리인의 삶 속에 중심으로 돌아오고 있다. 과거 조상들의 목소리를 몸에 새기고, 자연의 재료로 만든 망토를 어깨에 걸치며 의식을 치르던 그 전통은 이제 새로운 세대의 정체성 선언으로 확장되고 있다. 현대 마오리 청년들은 타 모코를 단지 과거의 관습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자아 표현의 도구로 받아들이고 있다. 예를 들어 마오리 출신의 여성 정치인이나 예술가들이 턱 아래 타투인 ‘모코 카우에’를 자랑스럽게 드러내며 대중 앞에 서는 장면은, 타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전환되었음을 상징한다. 한편, 카카후 제작 역시 과거의 방식과 의미를 충실히 재현하면서도 현대적인 재료와 미감을 결합해 새로운 복식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어떤 예술가는 전통 섬유 대신 천연 염색한 실크를 사용하거나, 깃털 대신 레이저로 재단한 종이 조각을 활용해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는 마오리 복식이 고정된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생성되고 갱신되는 살아 있는 문화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특히 뉴질랜드 교육기관에서는 학생들에게 카카후 제작과 타 모코 문양의 의미를 가르치며, 정체성 회복과 공동체 유대감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복식은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국제적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예를 들어 올블랙스 럭비 대표팀이 경기 전 하카를 출 때 입는 망토, 국제 행사에서 마오리 복장을 입은 대표단의 모습 등은 전 세계에 뉴질랜드의 독자적 정체성을 각인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최근에는 마오리 타투 문양을 접목한 패션 브랜드가 등장해 글로벌 패션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으며, 이는 전통의 현대적 재해석을 넘어 문화의 확산이자 자긍심의 표현이다. 중요한 점은, 이 모든 복원의 중심에 마오리인 스스로가 있다는 것이다. 외부인이 마오리 복식을 차용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 또한 높아지며, 문화적 소유권과 재현 윤리에 대한 논의가 함께 확산되고 있다.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카카후' 망토와 타투는 이처럼 단순한 복장이나 장식이 아니라, 기억과 정체성, 영성과 자긍심이 켜켜이 엮인 문화적 코드이며, 과거의 울림을 현재로 끌어와 미래로 이어주는 복식의 언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단지 한 민족의 전통을 넘어서, 전 세계가 배워야 할 ‘문화 보존과 진화의 교과서’가 되고 있다. 카카후와 타투는 말없이 말하는 복식의 문장이며, 입고 새기는 순간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살아 있는 전통 그 자체다.